책과 Zine, 그리고 사람

Editor's Comment 

'쓰는 시대의 도래 - 일본의 자비 출판과 ZINE' 리포트의 두 번째 미리보기 글입니다. "왜 이렇게 말하고 싶어 할까요? 왜 이렇게 쓰고 싶어 할까요?" 정재혁 저자가 그 답을 사람에서 찾고자 합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11월 7일(화) 오후 6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2012년 어느 여름의 일입니다. 저는 신사동의 한 지하 스튜디오에서 청년 한 명과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독립 잡지에 대한 기사를 쓰는 중이었고 젊은 청년은 독립 잡지를 만들고 있는 인터뷰이였습니다. 청년의 소지품이 기억에 남습니다. 평소에 애용하는 물건을 가져와달라는 제 요청에 그 청년은 노트북부터 수첩, 각종 필기구와 카메라, 그리고 크고 작은 파우치까지 들고 스튜디오에 와주었습니다.

 

청년의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기억에 남습니다. 에너지 드링크 레드불의 협찬을 땄던 때를 떠올리며 열을 올리던 그 표정이 말입니다. 열정이 궁금했습니다. 돈도 되지 않고, 아니 오히려 돈을 써야만 하는 일에 왜 이리 열성적일까 알고 싶었습니다.

책을 향한, 문자와 종이를 향한
열정이 샘솟던 시절,
독립 잡지의 흐름이
한층 거세지던 때입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디지털 시대는 조금 더 세분화되었고 인터넷 미디어는 조금 더 개인화되어갑니다. 그러니까 누구나, 누구도 발신할 수 있고 누구나, 누구도 책을 만들 수 있는 시대입니다. 몇 달 전 일본 잡지 BRUTUS와 POPEYE의 리포트를 마치며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습니다. 열 명 안팎의 분들이 찾아와 주셨는데 그중엔 독립적으로, 그러니까 개인적으로 책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5년 전 취재로 접했던 환경이 5년 후 생활로 다가온 것입니다.

 

진(Zine)이라 불리는 출판물을 만들며 고뇌하는 일본 친구의 넋두리도 떠오릅니다. 친구는 제한된 예산으로 만족할 만한 책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안 한다고 아무도 무어라 하지 않는데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게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펜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이렇게 말하고 싶어 할까요
왜 이렇게 쓰고 싶어 할까요
출판 시장은 불황이라고 하는데 신간은 넘쳐만 갑니다. 책을 안 읽는 시대라 해도 우리는 매일같이 무수히 많은 글들을 읽으며 살아갑니다. 저는 여기엔 어떤 시대에도, 어떤 흐름에도 상관없이 지속되고 존재하는 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쩌면 사람, 아마도 본능, 그러니까 마음이 말입니다.

 

자비 출판과 Zine에 관한 이 리포트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필히 사람과 만나야 하며,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야 합니다. 책과 책 사이, Zine과 Zine 사이 사람이 있고, 그 책과 Zine의 세계를 열어젖힌 것은 우리, 바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쓰는 시대의 도래 - 일본의 자비 출판과 ZINE]

 

'책 위기의 시대에 새로운 대안은 무엇일까?' 디지털 매체로 대체되는 변화의 중심에서 크리에이티브로 맞서는 자비 출판은 마음껏 자신을 발신할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미디어입니다. 10년을 잡지와 함께한 정재혁 저자가 발견한 작기에 가능한 세상, 일본의 자비 출판과 ZINE을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