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구현모를 있게 한 '운명 같은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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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우리들의 젊은 뇌를 팝니다 - 요즘 애들의 사적인 생각들' 리포트의 공동 저자 구현모님의 이야기입니다. 구현모 저자는 현재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서 누구보다 자신의 생각과 존재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는 '요즘 것들'의 대표 주자입니다. 이 곡을 들으며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BGM 듣기]

젊은 에너지가 필요하신 분들, 세대 간 소통에 목말라있는 분들,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기댈 곳과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본 리포트가 좋은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리포트는 9월 말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8월 18일(금) 오후 6시까지 기간 한정 할인 가격에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점수에 맞춰 관심도 없던 미디어학부로 하향 지원하고, 페이스북에 긴 글을 자주 써 고등학교 후배로부터 <미스핏츠(Misfits)> 창간을 제안받고, 울적한 기분을 욕설로 풀던 것 모두 우연이었다. 그 우연이 나를 <청춘씨:발아>로 이끌고, <ALT>로 이끌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어릴 때부터 아주 조금 달랐다. 초등학교 땐 저녁 10시의 <옥주현의 별이 빛나는 밤에>로 시작해 새벽 2시 <이수영의 감성시대>를 지나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이 마쳐야 잠을 잤다.

누가 봐도 신해철 노래를 좋아할 법한 인상이다. &#169;구현모

중학교 땐 삐딱한 게 좋았다. 학원이 자정에 끝나면 꼭 집으로 와 KBS 2TV에서 해주던 <생방송 시사투나잇>의 본방을 꼭 사수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틀어놓고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를 했고, <추적 60분>을 켜놓고 숙제를 했다.

 

남들이 축구와 야구 그리고 음악 프로그램을 볼 때 난 게임 방송을 봤다. 목요일은 MBC GAME 스타리그, 금요일은 온게임넷 스타리그, 주말은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와 팀리그가 있었다.

 

친구들이 가족과 프로야구를 직관할 때, 난 혼자 코엑스로 가 임요환의 경기를 봤다. 워크래프트3: 프로즌 쓰론이 나오던 날, 학원에서 뛰쳐나와 집 근처 이마트에서 게임 패키지를 샀다. 아직도 내 방 한 편엔 워크래프트3 오리지널 한정판 구매자의 특전이던 아트북과 창세기전 시리즈 구매자에게 주던 캐릭터 설정집이 있다.

 

부모님이 사주신 민음사 책은 보지도 않았다. 만화책 대여점이 내 도서관이었다. 1권에 300원이면 원하는 책을 볼 수 있었다. 책방 아주머니는 내가 7권을 빌리면 1권을 서비스로 빌려주셨다. 「지옥선생 누베」, 「요괴소년 호야」, 「꼭두각시 서커스」, 「러브인러브」, 「강철의 연금술사」와 「소년탐정 김전일」까지 온갖 명저를 섭렵했다.

 

만화책 가게 옆엔 비디오 가게가 있었다. 인기 많은 비디오는 항상 대여 중이라 B급 비디오부터 섭렵했다. 내게 코난은 작가가 아니라 바바리안이거나 명탐정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2007년은 소녀시대가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한 해였다. 원더걸스의 팬이었지만, 소녀시대의 노랫말이 더 와 닿았다. 외국어 고등학교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기 때문이다. 온갖 똑똑한 애들이 모여있었다. 비행기 한 번 타본 적 없는 내게 해외에서 자라 잠꼬대까지 영어로 하던 애들은 문자 그대로 외계인이었다. 물론 저런 친구들은 학교에서 소수였다. 그럼에도 왠지 어색한 세계였다. 어색하고 답답했다.

 

저들을 이기지 못할 거면, 조금이라도 다르고 싶었다. 그때부터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 같다. 난세가 낳은 영웅은 아니지만, 고민할 거리는 많았다.

시대풍경, 요즘 애들이란!

KBS 탐사보도팀은 해체되고, 언론의 자유도는 낮아졌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라고 써놓고 재벌 프렌들리를 자처한 우파정부에 힘입어 사회는 급격히 보수화됐다. 답답했다.

 

대학에 가니 세상이 달라졌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는 스쿨제도로 바뀌었다. 부모 세대가 배웠던, 우리에게 가르쳤던 성공의 경로는 변하거나 무너졌다. '평생 직장' 이후에 나온 '평생 직업'이라는 단어도 옛말이었다.

 

사회의 기본값은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바뀌고 있었다. 모든 게 불확실했고, 세상이 불확실하다는 명제 단 한 가지만 확실했다. 생각해보면 2010년 이후는 사회의 근간이 흔들리던 시기였다. 민주주의와 다양성 그리고 공정함마저 무너지고 있던 시기였다. 무너지던 가치를 지켜서 사회를 유지해야 한다는 명제마저 의심받던 시기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비판한 민간인을 사찰하고, 북한과 남한의 적대적 공존에 힘입어 북풍이 다시 불었다. 정부의 모럴 해저드로 인해 저축은행이 무너졌고 종편과 언론을 믿지 못해 '나는 꼼수다'와 같은 대안 미디어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긍정적이진 않았다. 기존 미디어에 희망을 얻지 못해 직접 만든 미디어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너지던 시기에 새로운 이야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바로 청년 담론과 세대갈등이었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 이명박 정권을 바꾸고 싶다는 소망은 청년이라는 새 그릇을 찾았다. 조짐은 보였다.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한 반값 등록금을 지키지 못하자 대학생들로부터 반값등록금 투쟁이 있었다. 어른들도 이에 호응했다. 빚을 지고 출발하는 청년을 구제해야 한다는 사회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감대는 청년 담론을 낳았다. 청년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구호였다. 20대의 지지를 받기 위한 정치인들의 전략적 구호인 동시에 급격하게 노령화를 맞은 한국사회가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구호였다.

 

정치권은 호응했다. 2012년엔 민주통합당이 <슈퍼스타K>를 본따 청년 비례를 뽑는 '락파티' 오디션을 진행했다. 통합진보당 역시 '위대한 진출'이라는 이름의 청년비례대표 후보 선출 작전을 펼쳤다.

 

동시에 세대갈등이 불거졌다. 혹자는 근거 없는 유령이라 불렀고 혹자는 꼰대와 청년의 갈등이라고도 불렀다. 발단은 대선이었다. 젊은 세대는 당시의 야권이었던 문재인과 안철수를 지지했고, 노인 세대는 보수진영인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정권 교체에 실패하자 젊은 세대는 허탈함에 빠졌고, 정권 교체를 바라던 중년은 청년들을 탓했다. 본인들을 탓하는 어른들에 신물이 난 청년은 화살을 역으로 돌렸다. 대학, 일자리, 주거 등으로 인해 살기 힘든 현실에 책임마저 전가하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결국, 세대 갈등은
어른이 짜 놓은 판에서
생존을 울부짖던
청년 이야기,
우리 이야기이자
내 이야기였다

밀레니얼을 위한 미디어, 핏(fit)하지 않은 목소리를 자처한 <미스핏츠>는 그때 시작됐다. 청년 담론에서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어 청년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 동시대를 사는 청년으로 나를 넘어 우리와 같은 청년이 살 미래 사회를 그리고 싶었다.

아직까지 갖고 있는 미스핏츠 명함이다. 근성왕은 내 신조다. &#169;구현모

다양한 배경에서 다양한 가치관을 갖고 다양한 색깔의 삶을 사는 우리들을 말하고 싶었다. <미스핏츠(Misfits)>, <청춘씨:발아>, <필리즘(Pillism)>, <ALT> 모두 그러했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를 위한 이야기, 우리가 살 사회에 대한 이야기, 바꾸고 싶은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중이 아니라 지금 행복해지고 싶던 청년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169;청춘씨:발아

이번 리포트는 나를 비롯한 수많은 요즘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남들보다 조금 모나고, 삐딱하고, 불만이 많고, 고민이 많은 요즘 것들의 이야기다.

 

TV 대신 아프리카 TV를 보는, 여성신문이 아닌 텀블벅 프로젝트에 후원하는, 다소 불안해 보여도 저축보다 지금의 행복에 집중하는, 일방향적 사제관계가 아닌 대화와 토론 그리고 수평을 전제로 하는 교수와 학생의 관계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있다.

 

그들은 평생 한 사람과의 혼인을 약속하는 결혼에 회의적이고, 성소수자의 권리는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남자친구와 여자친구보다는 파트너란 단어가 옳다고 생각한다. 이성애만이 유일한 성애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상파와 종합편성 채널 그리고 케이블 채널을 넘어 유튜브는 기본이요, 스냅챗과 인스타그램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이상하지만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도발적이고,
허무맹랑하지만,
의미 있는

이 리포트는 약간은 도발적이고, 약간은 허무맹랑할 수도 있는, 하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를 담는다. 사방이 절벽이고 갑갑한 사회에, 조금은 발칙하고 삐딱한 이야기가 가득 차게 되는 물꼬가 되길 바란다. 젊은 뇌를 넘어 젊은 맥락 그리고 젊은 가치관과 젊은 대안을 팔고자 한다.

 

 


[우리들의 젊은 뇌를 팝니다 - 요즘 애들의 사적인 생각들]

'요즘 애들은 뭘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 구현모 저자와 김혜지 저자의 지극히 사적인 생각들을 전합니다. 8월 18일(금) 오후 6시까지만, 기간 한정 할인 가격에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