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내과 의사이자 저술가, 경영 컨설턴트 및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파트너 등 다채로운 커리어에서 균형과 통합의 시선을 쌓아온 헬스케어 전략가 김치원 저자가 세계 최대 디지털 헬스케어 컨퍼런스인 '2017 바이오 USA'에 다녀왔습니다.

본 글은 '전략가가 말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 바이오 USA 2017' 리포트의 프롤로그입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8월 3일(화) 오후 6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저는 이번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테크 컨퍼런스인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Bio International Convention, 이하 BIO)에 다녀왔습니다.

 

BIO는 신약과 관련된 기술을 주로 다루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디지털 헬스케어에 주목하고 관련 세션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컨퍼런스 기간에 같은 장소에서 디지털 헬스 서머 서밋(Digital Health Summer Summit)이 함께 열려,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 서머 서밋 개막 프리젠테이션 ⓒ김치원

BIO와 같은 본격적인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중요하게 다루는 현실은, 그만큼 디지털 헬스케어가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수적인 의료계에서조차, 디지털 헬스케어를 그럴듯한 장난감 정도로 보던 편견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BIO 2017 기간 동안 4일에 걸쳐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다양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세 가지 입니다.커넥팅 플랫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
헬스케어와 신기술의 결합

커넥팅 플랫폼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분산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연결시키는 방법, 다른 하나는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입니다.

 

특히 전자는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 헬스케어의 이해관계자들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또한 서로 분절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BIO에서 메더블(Medable)은 환자 데이터와 병원 시스템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리덕스(Redox)는 분산된 데이터를 결합시켜주는 플랫폼을 발표했습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데이터 수집 플랫폼도 소개되었습니다. 미국국립보건연구원에서 주도하는 올오브어스(All of US) 연구 프로그램과, 유전체 연구에 다양한 인종의 유전체가 반영되도록 만들어진 글로벌 진(Global Gene Corp.)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논의는 결국 제공하는 가치와 수익성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비즈니스 모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의료계의 보수적인 특성 때문에 신규 진입자인 디지털 헬스케어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수월하지 않습니다. 이번 BIO에서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들이 소개되었습니다.

 

무통채혈기를 만드는 세븐스센스바이오시스템(7SBio)은 기존의 채혈장비보다 비싼 자사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지불 의향이 높은 시장을 선별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유전체 분석 회사로 유명한 헬릭스(Helix)는 유전자 검사 플랫폼에 외부 회사들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만들어 반복검사의 낭비를 줄이고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효용을 얻도록 합니다.

 

베라사이트(Veracyte)의 질병 확진 검사 서비스는 그에 관한 여러 건의 임상실험 결과가 학술지에 발표됐으며, 별도로 실시한 검사의 경제성 연구를 통해 효용을 입증하고 의료보험 적용 대상이 되었습니다. 베라사이트는 의료분야의 가장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우직하게 일궈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3D프린터와 VR, 헬스케어와의 콜라보

 

또한 저는 BIO에서 다양한 신기술과 신제품을 보았습니다. 많이 다뤄진 신기술은 3D프린터와 VR입니다. 아직 일선 의료 현장에서 활용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연구의 단계를 뛰어넘어 다양하게 적용된 사례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치매환자의 인지 기능 회복을 돕는 디테라(Dthera), 앱으로 보청기를 관리하는 지엔 히어링(GN Hearing), 천식 환자들의 흡입기 사용을 모바일로 관리하는 애드헤리움(Adherium) 등의 신제품도 소개되었습니다.

BIO 2017 디지털 헬스케어 세션 ⓒ김치원

느리지만 혁명적인 변화

 

BIO 2017의 디지털 헬스케어 세션에 참석하고 나서, 저는 이 분야에 획기적인 변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소위 모바일 혁명 이후 앱 하나, 제품 하나가 기존 생태계를 뒤엎는 사례를 자주 접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그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병원, 보험, 규제기관 등 기존의 이해관계자들이 워낙 강력하고, 소비자도 이들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잔잔한 수면 밑에서는 다채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가운데 일부가 떠오르는 것도 보았습니다. 물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디지털 헬스케어가 결정할 것이라는 제 믿음을 재확인했습니다.

 

 

[전략가가 말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 바이오 USA 2017]

 

기술과 의료의 결합으로 근본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직면한 현재, 세계 최대 디지털 헬스케어 컨퍼런스인 '2017 바이오 USA'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김치원 저자와 함께 도슨트 살롱을 진행하고, 이 대화 전문(全文)을 콘텐츠로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