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기 전에

Editor's Comment

세계에서 가장 큰 여행 박람회, ITB 베를린 2017에 다녀온 인성용 트렌유럽 팀장이 'ITB 베를린 리포트'를 만듭니다. 세계 여행업의 트렌드 속에서 한국 여행업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리포트입니다. 

리포트는 5월 23일(화) 오후 6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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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좋아하세요? 이런 질문을 들으면, 대답이 미처 나오기도 전에 먼저 마음부터 설레지 않으신가요?
 

여행이라는 말은 과거와 다르게 의미가 다양해졌습니다. 설렘, 자유, 탈출, 힐링(Healing)… 많은 사람이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여행길에 오르죠. 여행이 우리 삶에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여행업 역시 극적인 성장을 이뤘습니다.

 

그런데 관광(tour)이라는 단어는 300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전쟁과 같은 불가피한 이유가 아니고서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관광이라는 개념은 18세기 전후 영국에서 젊은 부자들이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영국과 인접한 국가를 방문하면서 등장했습니다.

 

프랑스 계간지 <오팡시브>에 실린 글을 글을 모은 재미가 지배하는 사회에 따르면, 관광객(tourist)이란 단어가 쓰이기 시작한 해는 1816년입니다. 관광은 1841년이 되어서야 등장했다고 합니다. 재미있게도 1841년은 최초의 여행사인 '토마스 쿡'이 설립된 해이기도 합니다.

 

소수의 부자만이 누릴 수 있었던 관광은 20세기 산업화, 도시화 그리고 교통수단의 발달로 대중에게 확대되었습니다. 현재와 같은 산업 구조를 갖추게 된 건 1970년대, 항공교통이 관광 산업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은 이후입니다. 이때 여행사가 크게 늘었고 보다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가이드도 많아졌습니다. 호텔과 리조트, 쇼 비즈니스, 액티비티 시장도 함께 발달하게 됩니다.

 

1970년대부터 엄청난 발전을 거쳐 성장한 관광 산업은 2017년 현재 석유 산업과 자동차 산업보다 더 큰 규모의 세계 제1위의 산업군으로 떠올랐습니다. UNWTO(UN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관광 산업의 경제규모는 전 세계 경제활동의 10%를 차지하고, 전 세계 11개의 일자리 중 1개가 관광 산업 관련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행과 관광은 다른 말일까요? 많은 사람이 관광객이 아닌 여행객이 되고 싶어합니다. 관광객이라고 하면 가이드의 깃발을 쫓아다니는 무리를 연상하고, 여행객은 배낭을 메고 풍경을 우아하게 바라보는 장면을 연상합니다.

 

관광 산업과 여행업은 다른 것일까요? 관광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자유여행을 팔 수 없고 여행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패키지 상품을 팔 수 없을까요? 사전에 있는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여행: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 관광: 다른 지방이나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 풍습, 문물 따위를 구경함

결국 여행이나 관광이나 '다른 곳에 가서 그곳을 구경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감으로 따지면 관광은 좀 더 산업 자체의 상품에 중심을 둔 단어이고 여행은 사람에 중심을 둔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리포트에서는 모든 관광과 여행에 관한 일을 여행업이라고 통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성장하는 여행업
사라지는 여행사

"요즘 불경기 맞아?" 인천공항의 인파 속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말입니다. 뉴스에서는 연일 저성장과 불경기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었다고 하는데 관광객으로 가득 찬 인천공항은 마치 딴 세상처럼 보입니다.

 

현재 한국이 세계 여행업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요? 리포트를 준비하면서 주위 사람에게 이 질문을 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상보다 매우 과소평가되어 있습니다.

여행지출을 많이 하는 국가 순위(2015) &#9426;UNWTO

여행소비가 많이 이뤄지는 도시 순위(2015) &#9426;마스터카드

위 표를 보면 생각보다 많은 돈이 아웃바운드(한국에서 외국으로 여행하는 것)와 인바운드(외국에서 한국으로 여행하는 것) 시장에 돌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한국 여행업이 이 정도 규모이니, 당연히 여행사도 크게 성장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다릅니다. 제 주위만 해도 예전보다 힘들다고 하는 분이 많고, 실제로 문을 닫은 여행사도 적지 않습니다. 얼마 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분을 만났습니다. 자료를 정리하다 2007년 팸투어(홍보를 위해 관련 담당자를 초대하는 여행상품)를 한 업체 리스트를 찾았다고 합니다. 당시 중형 여행사 중에서도 '탑랭크'만 진행했었는데 그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여행사가 단 한 곳밖에 없다고 합니다.

 

저도 여행업의 큰 규모에 매력을 느끼고 이 분야로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빠르게 변하고 있는 산업지형과 테러나 재해 같은 제어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더구나 제가 일하는 곳은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서비스에 적용하지 않고, 전통적인 수익모델을 추구하는 B2B 여행사입니다.

 

'개발자 하나 없는 여행사가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뛰어난 코딩으로 만들어진 시스템만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저만의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새로운 기술이 정답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기술 위에 사람이 있다고 믿습니다. 뛰어난 기술보다 고객의 욕구를 살피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의 발명가 딘 케이먼이 기획하고 스티브 잡스와 제프 베조스가 '미래의 이동수단'이라 칭송한 세그웨이는 유명 관광지에서 '세그웨이 투어'에 사용되는 데 그쳤습니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대신 세그웨이를 탈 것이라 예상했지만, 사람들은 몇백만 원이나 주고 살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했던 거죠. 결국 세그웨이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지 못해 실패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에어비앤비는 디자이너 두 명이 크레이그리스트(미국의 '중고나라'같은 게시판)에 손수 게시물을 올리면서 시작한 기업입니다. 잘 안 될 때는 시리얼을 팔면서 사업을 연명해 나가기도 했죠.

 

에어비앤비는 사람들이 비싼 호텔에 머물며 관광하는 것보다, 그 지역의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여행'을 원한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기술보다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했던 기업이죠. 단 100명이 만족하면 성공하는 작은 시장을 노렸지만, 지금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호텔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에어비앤비처럼 사람들이 바라는 새로운 시장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세계 최대 여행박람회인 'ITB 베를린(Internationale Tourismus-Börse Berlin, 이하 ITB)'을 다녀올 기회가 생겼습니다. 사전조사를 위해 국내 사이트에 ITB를 검색했지만 필요한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었습니다. 세계 최고 산업군의 최대 규모 박람회인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이곳에 다녀온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앞으로 여행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새로운 기회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등 전 세계 여행업 종사자가 ITB를 찾은 이유와 현장을 뜨겁게 달궜던 최신 트렌드를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축구장 22개 규모, 18만 명의 관람객

베를린은 유럽에서도 가성비 좋기로 소문난 도시입니다. 다른 서유럽 도시의 20만 원급 호텔도 이곳에선 10만 원이면 충분합니다. 저렴한 물가 덕에 유럽 젊은이들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도시로도 유명합니다.

 

가성비 좋은 베를린도 일 년에 두 번, 호텔비가 두 배 가까이 오르고 호텔리어가 바빠지는 성수기가 있습니다. 바로 크리스마스에서 새해로 이어지는 '홀리데이 시즌'과 ITB가 열리는 시기입니다. ITB는 매년 봄에 열리며 2017년은 3월 8일부터 12일까지 개최했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베를린 테겔공항에 도착하니 독일 특유의 벤츠 택시가 줄지어 있습니다. 중간중간 프리우스도 눈에 띄지만 9할은 벤츠입니다.

 

기사에게 호텔로 가달라고 하자 "베를린에는 무슨 일로 왔냐"고 묻습니다. ITB 때문이라고 하니 대뜸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합니다. '뭐지? 술이 덜 깬 건가? 지금이라도 내려달라고 할까?' 주춤하는 제 표정을 눈치챘는지 "Don't worry, my friend!"를 외칩니다.

 

뉴욕 택시기사에게나 들을법한 표현을 베를린에서 들으니 더욱 불안했습니다. 알고 보니 성수기 중에서도 크리스마스보다 ITB가 더 쏠쏠하답니다. 그래서 1년 중 ITB를 최고로 치는 기사가 많아 이 기간을 자신들의 크리스마스 시즌이라고 하네요. 부연설명이 길어지면 유머가 더 이상 유머가 아닌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사는 자기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았습니다.

 

ITB가 대체 무엇이길래 베를린의 호텔리어와 택시기사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걸까요?

ITB가 열리는 메쎄 베를린은 베를린 중앙역에서 지상철을 타고 약 25분 거리에 위치합니다.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거나 한독상공회의소에서 사전 신청을 한 후 입장하면 됩니다. &#9426;ITB BERLIN,

ITB는 런던 WTM(World Travel Market)과 마드리드 FITUR(Feria Internacional de Turismo)와 함께 세계 3대 여행 박람회로 꼽힙니다. 그중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최대 규모의 박람회입니다. 

숫자로 보는 ITB

- 10,000개의 참여 부스
- 180,000명의 관람객, 이중 비즈니스 트레이더는 110,000명
- 22개의 축구장이 들어가는 크기의 26개의 홀, 총 48,400평
- 60억 유로(한화 약 7조)의 거래규모

 

&#9426;ITB BERLIN

위 지도는 ITB 안내도입니다. 단출해 보이지만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전시회의 10배 정도 되는 크기였습니다. 지도만 보고 미팅 간 이동시간을 15분으로 예상했는데 경보선수처럼 걸어도 20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마지막 날엔 걸을 때마다 중력이 제 다리를 잡아끄는 체험도 원 없이 했습니다. 

 

이 넓은 곳을 채운 업체는 다들 무슨 일을 하는 걸까요? 여행사만 있는 건 아닙니다. 모바일 박람회에 제조와 통신, 액세서리, 앱부터 반도체, 모듈, 실리콘 등 수천 개의 업체가 모이는 것처럼, 여행박람회에도 항공, 호텔, 패키지 외 어트랙션 티켓, 식당, 가이드, 쇼핑, 버스, 기차, 쇼를 담당하는 업체가 모입니다. 때론 협력하고 때론 경쟁하며 전쟁을 치르는 이들이 여기에 모인 목적은 하나입니다. 

수익을 가져다줄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

저는 리포트에서 ITB에 다녀와 느낀 것을 아래의 여덟 개로 나누어 정리합니다. ITB에서 참관한 부스, 참석한 세미나와 대담, 그리고 그 안에서 얻은 저의 인사이트를 함께 녹였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여행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1. 비트윈 비즈니스, 여행업의 본질

2. 밀레니얼, 판을 바꾸는 이들

3. 여행 마케팅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4. 뉴 럭셔리, 럭셔리 여행시장의 변화

5. 도시 브랜딩, 보이지 않는 전쟁

6. LGBT, 니치하지만 시장성 있는 마켓을 찾아서

7. 책임여행,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부활

8. 테러리즘과 투어리즘, 피할 수 없는 숙명

 

여행업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쉽게 읽으실 수 있도록 최대한 풀어서 작성했습니다. 여행업의 과거부터 미래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편안하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여행업, 변화의 기로에서 새로운 지도를 찾다 - ITB 베를린

세계에서 가장 큰 여행 박람회, ITB 베를린 2017에서 본 세계 여행업의 트렌드를 인성용 저자가 한 편의 리포트로 정리합니다. 여행 스타트업의 멤버로서 한국 여행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저자는 컨퍼런스 기간 동안 다양한 부스를 방문하고, 세미나를 듣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8가지 키워드로 정리하였습니다. 한국어로는 깊이 있는 정보를 찾기 어려웠던 ITB 베를린을 저자의 인사이트와 함께 전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