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 돌아보기

Editor's Comment

2016년 가을 '한국 조선업 40년 역사로 읽는 글로벌 경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강대권 저자가 세계 경제의 흐름과 주요 이슈를 깊고 넓게 살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PUBLY와 함께 시작합니다. 외신 경제 기사를 혼자 읽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현직 펀드매니저의 관점을 빌어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이 글은 유료 리포트와 동일한 구성의 미리보기 글입니다. 'Trend Focus'와 'Issue Focus'로 구성되는 '딥 인사이트 리포트'는 구매자만 볼 수 있으며, 4월 20일부터 격주로 총 6회 발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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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Review

 

2주 전 딥 인사이트 리포트 Vol.1의 Trend Focus에서 2016년 하반기 이후 나타나고 있는 '전 지구적 경기 회복' 양상과 그 지속 가능성을 다루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세계 각국에서 동조화된 경기 회복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 현재까지 경기 회복의 가장 큰 원동력은 유가 반등과 물가 상승에 따른 리플레이션 효과로 평가된다.
  • 그러나 리플레이션의 가장 큰 요인인 유가 상승세가 3월 이후 둔화되고 있어, 향후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가격효과 없이도 실질적인 경제 활동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스토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글로벌 경제는 리플레이션으로 인한 단기 부양에서 실질적인 중장기 경제성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고, 현재 그 이행 과정이 원만할 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지난 2주간 금융시장도 그 기대와 불안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움직임을 보였던 것 같다.

 

 

2주간의 금융시장 동향 

 

글로벌 주식시장 동향: MSCI 세계지수, MSCI 이머징마켓지수, 미국 S&P500지수, 일본 니케이225지수, MSCI 중국 지수 ⓒ강대권 (source : Bloomberg)

 

지난 리포트를 작성한 3월 19일 이후 2주 동안, 세계 주가지수는 이전까지의 가파른 상승세에서 주춤하며 다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올해 매우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이머징마켓 지수가 올해 가장 약한 주가지수 중 하나인 일본 지수와 함께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2주간의 주가지수에서 앞서 언급한 경기 확장의 지속에 대한 걱정이 좀 더 커졌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글로벌 채권금리 동향: 한국/미국/독일/이탈리아/일본 모두 10년물 금리 ⓒ강대권 (source : Bloomberg)

 

금융시장에서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면 채권 금리는 하락한다. 전 세계 자산 가격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 10년 금리는 지난 2주간 하향 추세를 보였다. 세계 각국의 국채 금리 역시 대체로 하향 추세를 보였으나, 유럽에서는 독일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데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올라가는 상반된 움직임이 있었다. 유럽 채권시장에서 독일 채권은 가장 안전한 자산이고, 이탈리아 국채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위험자산에 속한다.

 

채권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즉 독일 금리 하락과 이탈리아 금리 상승은, 안전자산의 가격은 오르고 위험자산의 가격은 내렸다는 뜻이다. 지난 2주간 자산시장의 리스크 경계가 커졌다는 사실과 일치하는 현상이다.

 

상품시장 동향: 원유 가격/농산물지수/금속(구리,아연 등)지수 ⓒ강대권 (source : Bloomberg)

 

지난 2주간 원유가격은 반등했다. 3월 중 유가가 가파르게 하락하다 보니, 산유국들은 감산 연장을 공식화하는 등 원유 시장을 안정화시키려 노력했다. 그 결과 3월 말 유가는 빠르게 반등했지만 3월 한 달간 유가 하락폭은 -6.3%(WTI기준)로 비교적 큰 편이다. 원유 재고나 쉐일가스 생산량 등 유가를 압박하는 요인이 여전해 OPEC의 감산 노력이 유가를 어느 선에서 안정시킬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농작물 가격은 2월부터 지속된 하락 추세를 이어갔고, 글로벌 경기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는 2주였다보니 경기 동향에 민감한 금속 가격은 유가를 따라 반등하다가 힘을 잃고 하락세로 3월을 마쳤다.

 

환율 동향: 달러를 기준으로 유로화/이머징통화지수/일본 엔화 ⓒ강대권 (source : Bloomberg)

 

3월 한 달 동안 두드러졌던 달러 약세 움직임은 3월 말 살짝 돌아서는 흐름이었다. 3월 말 이후 리스크 경계감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로 전환된 것이다. 또한 전통적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보다 더 강한 안전자산인 엔화는 달러 강세 국면에서 더 강한 강세를 보였다.

 

요약하면, 3월 중순까지 쉼 없이 상승세를 지속해 온 글로벌 자산시장이 리플레이션 동력의 약화와 실질 경제성장 지속에 대한 불안감으로 다소 주춤했던 2주였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실제 현실에 비해 향후 기대감과 낙관이 너무 앞서간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움이 시장 전반에서 묻어났고 특히 많이 회자된 것은 '소프트 데이터'와 '하드 데이터' 간의 역사적인 격차 확대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이번 Trend Focus에서는 이 주제를 다뤄보려 한다.

Trend Focus: 낙관의 경제학

 

부드러운(Soft) 경제지표와 딱딱한(Hard) 경제지표

 

매일 수많은 경제지표들이 쏟아지고, 세계화된 각국의 금융시장은 지표들에 반응하며 시시각각 움직인다. 경제지표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GDP 성장률, 고용지표, 소비통계, 기업 투자통계 등의 지표들은 실질적인 경제 활동을 측정하는 지표이다. 이런 지표들과 달리 실제 경제 활동이 아닌 설문조사를 통해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측정하는 지표도 있다.

실질적인 경제 활동을 측정하는
지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설문에 의한 심리지표를
굳이 조사하는 이유는 
통계의 '시점' 때문이다

GDP나 투자와 같은 실물경제 활동의 경우, 집계하는 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실물경제 지표들은 2~3개월 늦게 발표된다. 발표 시점이 늦을 뿐만 아니라 지표 자체가 과거의 활동을 집계하는 것이므로 앞으로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하는 성격은 없다.

 

반대로 설문조사를 통한 경제지표는 소수의 선택된 표본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이므로 전수조사 성격인 실물지표와 달리 집계가 빠르다. 대표적인 설문조사 지표인 PMI*는 매월 1일  전월 지수가 발표된다. 또한 설문은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전망을 통계적으로 지수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 구매관리자지수. 민간통계기관인 영국의 Markit이 집계하는 설문조사 지표로, 세계 주요 국가들의 기업 내 구매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현재 재고 상황이나 앞으로의 전망 및 구매계획 등을 조사하여 지수화 한다. 글로벌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실제 경제 활동을 집계하는 실물경제 지표들을 통칭하여 '하드(Hard) 데이터'로 부르고, 설문조사에 기반한 심리지표들을 이에 상응하는 개념으로 '소프트(Soft) 데이터'라고 부른다. 지표의 양이나 정확성, 신뢰성은 하드 데이터 쪽이 훨씬 더 풍부하고 정확하다. 하지만 통계지표의 발표 빈도와 속도는 소프트 데이터가 훨씬 더 빈번하고 빠르기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소프트 데이터의 흐름이 때때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경기 흐름에 따라서 소프트 데이터와 하드 데이터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데, 아무래도 소프트 데이터가 발표 시점 및 속성상 하드 데이터보다 더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경기 확장기에는 소프트 데이터가 하드 데이터보다 더 좋게 나타나고, 경기 침체기에는 반대로 소프트 데이터가 하드 데이터보다 더 안 좋게 나타난다.

 

 

'역사적인 차이'

 

최근 글로벌 경제에서 이슈가 되는 것은, 이 소프트 데이터와 하드 데이터 간의 차이가 굉장히 크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지난주 Trend Focus에서 짚었듯이 지난 1년간 세계 경제는 리플레이션 효과로 비교적 빠른 경기 회복 흐름을 보여왔다. 그러므로 선행(先行)하는 소프트 데이터는 좋게 나오고 후행(後行)하는 하드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안 좋은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그 격차가 최근, 역사적 기록을 갈아치우며 이례적으로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나타난 미국 경제의 놀라운 변화
There's been a 'stunning' shift in the US economy since Trump's election | Business Insider (2017.3.28)

2017년 3월 27일 모건스탠리는 소프트 데이터로 나타나는 심리지표와 하드 데이터로 나타나는 실제 경제 활동의 간극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심리지표는 연일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조세를 보이는데 반해 실물경제 지표는 답보하면서 소프트 데이터와 하드 데이터의 간극이 '놀라운(stunning)' 수준까지 확대되었다.

두 지표는 서로 차이가 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한쪽으로 수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호전된 경제 심리가 소비를 자극하고 전반적인 경제 활동을 개선시킬 수도 있고, 반대로 심리적인 효과가 단기에 그치고 실물경제 지표를 따라 심리가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2분기 하드 데이터의 개선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며, 소프트 데이터가 하드 데이터를 따라 악화될 수 있는 부정적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음을 밝혔다.

위 기사에 나온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따라서, 소프트 데이터와 하드 데이터 간의 차이가 얼마나 커졌는지 차트로 그려보았다. 자료는 모건스탠리 보고서처럼 블룸버그에서 집계하는 서프라이즈 인덱스(Surprise Index) 즉, 경제지표가 발표된 시점의 실제 지표와 발표 전 분석가들의 예측치를 비교하여 그 차이를 지수화한 것을 사용했다.

 

금융기관에는 많은 경제분석가들이 있고 이들은 향후 경제전망을 보고하면서 경제지표에 대한 예측치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 예측들은 (슬프게도) 빗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전망이 원래 어렵기도 하지만
인간의 예측이 
과거의 흐름에 얽매여 있다는 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다

가령, 최근 물가 상승률이 계속 2% 수준이었으면 분석가들은 향후 물가 상승률을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1.9~2.1%의 좁은 범위 안에서 전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일의 일이 오늘의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간의 심리적인 편향 때문이기도 하고, 크게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전망치를 제시하는 것이 분석가들이 직업을 보전하는 방법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 분석가들의 전망치는 왜 비슷비슷한가?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금융분석이라는 직업에서 가장 안 좋은 일은 '틀리는 것'이 아니라 '혼자 틀리는 것'이다. 틀려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틀리면 분석가 개인이 받는 비난은 피해갈 수 있다. 전망이라는 게 원래 맞추기 어렵고 다 같이 틀렸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핑계를 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자' 틀리게 되면 그 비난은 감수하기 어렵고 대개 직업의 상실로 연결된다. 남들과 다른 전망치를 제시함으로써 혼자 맞추어서 유명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혼자 틀릴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금융분석가들의 전망치는 현재 트렌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좁은 범위 안에 비슷하게 모여들게 된다.

이런 현상을 두고 금융분석의 무용함을 이야기하기도 하나, 전망이 소극적이라고 해서 분석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분석의 과정과 제시되는 근거들을 통해 얼마든지 의미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지표가 전망치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을 '서프라이즈'라고 하는데 블룸버그의 경제지표 서프라이즈 인덱스는 매일매일 이런 서프라이즈의 정도를 지수화한다. 이 지수가 높으면 전망치를 초과하는 경제지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만큼 경기는 활황이라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지수가 낮게 집계되면 실망스러운 지표들이 많다는 뜻이므로, 경기가 최근 추세보다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서는 서프라이즈 인덱스의 세부 항목도 발표하는데, 소프트 데이터에 대한 별도의 서프라이즈 인덱스도 있다. 이를 활용하여 모든 경제지표를 총괄하는 서프라이즈 인덱스와 소프트 데이터만 별도로 집계하는 서프라이즈 인덱스를 비교한다면, 소프트 데이터와 하드 데이터 간의 격차가 얼마나 벌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 차트는 그 결과이다.

 

블룸버그 서프라이즈 인덱스 추이: 전체 지수(파란색) vs. 소프트데이터 지수(주황색), 두 지수 간 차이(초록색) ⓒ강대권 (source : Bloomberg)

차트의 파란색 선은 모든 경제지표에 대한 서프라이즈 인덱스이고, 주황색은 설문조사에 기반한 심리지표, 즉 소프트 데이터에 대한 서프라이즈 인덱스이다. 모든 지표를 포괄하는 파란색 선이 전적으로 하드 데이터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두 지표의 차이가 소프트-하드 데이터 간의 차이를 보여준다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차트를 보면, 경기에 민감하고 반응이 빠른 소프트 데이터(주황색)가 하드 데이터(파란색)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2016년 하반기부터 소프트 데이터가 급등하면서 차이가 2000년 이후 최대치로 확대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선견지명인가, 과도한 낙관인가 

 

전반적인 경제 심리가 실제 경제 상황을 앞서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2015년 말~2016년 초 디플레이션 압박이 심했을 때에 비해 경제 상황이 매우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경기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기에는 하드 데이터의 개선세가 느리다. 지난 Trend Focus에서 본 것처럼 가장 근본적 지표인 소득과 소비가 정체되어 있고, 3월 말 발표된 미국의 2월 소비지표도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4월 2일 한국의 3월 수출 실적이 발표되었는데, 수출이 전년대비 크게 늘어 2017년 1분기 수출 증가율이 5년 6개월 만에 최고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2015~2016년 경기 침체 때문에 증가율이 높아보이는 효과가 크다. 올해 1분기 수출이 호조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수출 금액은 여전히 2014년 3월 수출 금액보다 작고, 유가가 현재와 비슷한 2015년 3월과 비교해도 4% 정도 늘어난 수준에 그친다.

 

이렇게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하드 데이터에 비해 소프트 데이터는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초호황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소프트 데이터와 하드 데이터 간의 차이가 크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는 이유는, 경험적으로 '뜨거운 심리'와 '미지근한 실물경제' 간의 결합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결말로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아래 차트는 앞서 본 소프트-하드 데이터 간의 차이를 주가지수와 비교한 것이다.

 

미국 주가지수(S&P500)와 서프라이즈 인덱스의 차이: S&P500(주황색), 소프트 데이터의 서프라이즈 인덱스(초록색) ⓒ강대권 (source : Bloomberg)

 

2000년 이후 미국 전체 서프라이즈 인덱스와 소프트 데이터 서프라이즈 인덱스의 지수 차이가 0.5 이상 벌어졌던 4번의 시점(2004년 초, 2007년 중반, 2011년 초, 2014년 말) 모두 이후 주가지수의 흐름이 부진했다.

심리가 너무 뜨거우면
실물이 심리를 따라
빠르게 호황으로 가기보다는,
오히려 너무 뜨거운 심리가 진정되는
'쿨링 다운(Cooling Down)' 기간이
따라오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주식시장에서 일하면서 그간 주가의 흐름을 통해 보아온 인간의 심리는 합리성과는 전혀 거리가 멀고, 매우 자주 (솔직히 말하자면, 거의 항상) 실제 상황을 과장되게 인식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최근 주식시장에서 급변동을 반복하고 있는 소위 '대선 테마주'와 같은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기업의 임원이 특정 후보와 동향이라는 이유만으로 며칠 사이 두세 배 주가를 올렸다가 순식간에 폭락하게 만드는 것이 군중 심리의 실체이다.

 

물론 경제지표상의 심리가 주가의 움직임만큼 변덕스럽고 무책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심리가 비합리적인 경우가 많지만,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된 경제 주체들의 예상이 '동물적 감각'에 따른 선견지명일 수도 있다. 소프트 데이터와 하드 데이터 중 무엇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 가능성은 반반이기에, 양쪽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과거에 하드 데이터를 크게 앞서 나간 소프트 데이터가 위험한 시그널이었다고 이번에도 그러하리란 보장은 전혀 없다.

 

 

Do Worry, Be Happy

 

2016년 하반기 들어 소프트 데이터가 급등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 가능하다. 먼저, 2015년 말~2016년 초 경제 상황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2016년 말~2017년 초의 경기 개선 체감효과는 상대적으로 컸다. 즉 전년대비 증가율처럼 눈에 보이는 변수들이 매우 큰 숫자로 표현되었기 때문에 소프트 데이터를 제공하는 경제 주체들은 '경제 상황이 매우 좋다'고 답변했을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향후 전망을 밝게 보는 사람들이 늘었을 것이다. 실제로 소프트 데이터의 급등 시점은 트럼프 당선 시점과 일치한다.

 

지난 리포트에서 짚었듯이, 3월 이후 유가를 비롯한 많은 변수들의 '전년대비 증가율'은 기저효과 소멸에 의해서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7년 1~3월 한국 수출 실적처럼 '전년대비 20% 성장'과 같은 숫자들은 4월부터 보기 쉽지 않을 것이며, 경기 회복에 대한 체감 역시 이를 따라 둔해질 것이다.

 

트럼프의 경기부양 능력에 대한 신뢰는 3월 말 '트럼프케어(미국 정부의 의료보험제도 개선안)'가 하원 표결에 실패하면서 결정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다. 의료보험 개정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리더쉽이라면 막대한 재정적자의 위험을 수반하는 감세안과 재정지출 확대안은 어떻게 통과시키겠냐는 의구심이 점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3월 말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경계감이 확대되는 양상에 트럼프케어의 실패는 큰 영향을 미쳤다.

경기 회복에 대한 체감효과와
트럼프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라는
심리지표의 큰 원동력 두 가지가
모두 약해지고 있다

지난 리포트에 이어 두 번 연속으로 경기 흐름의 부정적인 측면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내가 현재 경제 상황을 우울하게 보고 있다고 비칠까 걱정스럽다. 현재 글로벌 경제가 회복 국면에 있고, 점진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하드 데이터가 소프트 데이터만큼 빠르게 개선되지 않고 있지만, 하드/소프트 경제지표 모두 대체로 개선되는 추세에 있다.

 

지난 리포트에서 강조했던 것은, 유가 상승 이외의 추가적인 원동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지표 개선의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었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경기 개선의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현재 경제 주체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상황이니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생각해보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세계적으로 동조화된 경기 회복 양상이 나타나고 있고, 유가 또한 대폭 반등함에 따라 경기 호전의 체감도 크다. 이에 따른 경제 주체들의 낙관이 'Don't Worry, Be Happy' 수준에 이른 것 같다.

 

낙관이 과하면 실제 경기가 좋아져도 체감하는 변화는 미미할 수 있고, 혹시라도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 부정적인 반응은 커질 수 있다. 잘 돼봐야 본전이고 안 되면 잃는 것은 크게 불리한 게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 상황을 비관할 단계는 아니지만 'Don't Worry, Be Happy' 대신, 'Do Worry, Be Happy'를 권한다.

Issue Focus: 도시바, 플래시 메모리 사업 매각

 

100년 기업 도시바의 몰락

 

도시바(東芝)의 역사는 1875년 일본 최초로 전신장비와 전구를 개발한 다나카(田中)제작소에서 출발한다. 태평양 전쟁 이전에는 일본의 4대 자이바츠(ざいばつ, 財閥)*인 미츠이(三井) 그룹 소속의 전범기업이었고 전후에도 계속 미츠이 계열에 속하나 독립된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 전기전자 사업을 주력으로 발전설비 등 중전기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도시바의 본격적인 몰락은 2006년 미국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인수 이후 시작됐다.

* 우리말로 재벌, 2차 세계대전 이전 일본에 존재했던 과점기업들을 말한다. 4대 자이바츠로 스미토모(住友), 미츠이(三井), 미츠비시(三菱), 야스다(安田)가 있었다. - 일본 기업 지배 구조의 역사에 대한 저자의 관련 글: 현대차 그룹의 베팅, 그리고 닛산 게이레츠

웨스팅하우스는 GE를 설립한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 인생 최대의 적수, 조지 웨스팅하우스(George Westinghouse)가 1886년 설립한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에서 출발한다. 다나카제작소의 설립 시기와는 10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 웨스팅하우스는 직류 전력을 주장한 에디슨에 맞서 교류 전력을 표준화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도시바가 2차 대전을 계기로 중전기 사업을 성장시킨 것처럼, 웨스팅하우스도 2차 대전 중 미국 해군의 원자력 발전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원자력 발전 원천기술을 가진 기업이 됐다. 도시바가 인수할 당시 웨스팅하우스의 가압수형원자로(PWR, Pressurized Water Reactor) 기술은 세계 원전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었다.

 

2006년 도시바가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할 당시 원자력 발전의 미래는 창대했다. 세계화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생산시설을 늘리기 시작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전력 수요는 급팽창했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저렴하고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 발전소 건립 프로젝트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됐다.*
* 관련 기사: 다시 부는 원전 건설 바람 (세계일보, 2005.05.16)

 

영국 BNFL(British Nuclear Fuels Limited)의 자회사였던 웨스팅하우스의 당시 매각 가치는 18억 달러 정도로 평가되었다.* 웨스팅하우스 매각에는 도시바를 비롯해 GE, 미츠비시 중공업, 그리고 웨스팅하우스에 원전 설비를 납품하는 한국의 두산그룹이 참여했다. 글로벌 기업 간의 인수 경쟁이 격화되면서 도시바의 낙찰 금액은 당초 예상됐던 매각가의 3배인 54억 달러였다.
* 관련 기사: BNFL plans to sell Westinghouse (BBC, 2005.07.01)

 

웨스팅하우스는 당시 원전 건설 비용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AP1000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원자로 기술을 막 적용하고 있었다. 도시바에 인수된 이후 웨스팅하우스는 미국에서 두 개의 AP1000 원자로 건립을 시작했다. 최초로 적용되는 설계다 보니 공기(工期)가 길어지고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 발생했지만,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터졌고 해안의 원전이 용융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원전 건립에 대한 안전 규제는 대폭 강화되었고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반응로의 건설 비용 또한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원전 안전성 이슈로 세계 원전 수요는 2011년 이후 급감했고, 설상가상으로 2014년 이후 유가가 하락하면서 친환경 발전소 건립의 축은 값싼 천연가스 발전소나 비용이 크게 떨어진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로 완전히 넘어가게 된다.

 

2015년 도시바는 역대급 회계 부정이 발각되며 원전에서 시작된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 도시바 내부에서는 가전, PC, 반도체 부문과 원전을 중심으로 한 인프라 부문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는데, 원전 부문의 경영진들이 미국에서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기 시작한 부실을 가리기 위해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이다.
* 관련 기사: 잘나가던 도시바 뿌리째 흔든 사내파벌 (조선비즈, 2015.07.22)

 

2014년~2015년 사이에 도시바가 회계 부정 없이 부실을 투명하게 처리했다면 지금처럼 기업 전체가 공중분해되는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시기에 도시바는 스캔들에 시달리며 시간을 허비했고 그 사이 미국 원전 건설 현장 두 곳의 부실은 천문학적 수준이 되어버렸다.
 

도시바는 여전히 2016년도 실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미국 자회사의 부실을 인식할 경우 원화 기준 6~7조 원 규모의 자본잠식에 빠진다고 한다. 이를 막기 위해 도시바는 가장 경쟁력 있고, 가치 있는 사업부인 플래시 메모리(Flash memory) 사업부를 분사하여 매각하기로 했다.

 

장부가액 기준 5조 원 정도로 추산되는 플래시 메모리 사업부 매각을 통해 자본잠식을 막으려면 최소 15조 원 이상의 가격에서 매각이 이루어져야 한다. 2015년까지 적자였던 도시바의 플래시 메모리 사업 부문이 2016년 연간 1.5조 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예측치가 있긴 하지만, 분식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던 상황임을 감안하면 과연 이 정도 이익을 과연 달성했을지 의문이다.* 
* 관련 기사: Toshiba returns to second quarter operating profit on strong memory chip sales (Reuters, 2016.11.10)

 

또한 현재 마이크론, 하이닉스의 시장가치를 감안할 때 도시바 플래시 메모리 사업 부문의 가치를 15조 원 이상으로 평가하기는 사실상 매우 어렵다. 그러나 2017년 3월 29일 마감한 플래시 메모리 사업부 매각 입찰은 흥행에 성공했고, 20조 원을 베팅한 인수 주체도 있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

 

 

플래시 메모리 사업부 매각, 흥행 성공? 

 

150~200억 달러 수준의 매각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단 한국의 SK하이닉스와 대만 홍하이(鴻海) 그룹 자회사인 폭스콘(Foxconn)의 입찰 참여가 확실한 상태고,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Broadcom)이 IT 전문 사모펀드인 실버 레이크(Silver Lake)와 함께 200억 달러를 질렀다는 루머, 애플/구글/아마존 등 미국 IT 빅 브라더들이 모두 참여했다는 루머 등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도시바의 플래시 메모리 사업부 매각은 성공할 수 있을까? 최근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세계 반도체 산업계에는 최근 대량의 데이터를 모아 이를 머신러닝 등의 기법으로 분석하여 자동화를 구현하는 소위 '4차 산업혁명'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다수의 가수요가 발생하는 정황도 있지만, 2016년 하반기 이후 세계 반도체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창한 말의 실체 여부를 떠나서 대량의 정보를 보유하려는 기업과 정부의 수요는 꾸준할 것이고, 그에 따라 플래시 메모리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과거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 증대는 한정된 실리콘 기판(웨이퍼) 안에 얼마나 더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느냐는 '미세화의 싸움'이었다. 반도체 미세화의 진행 속도가 물리적 한계에 부딪혀 늦어지면서 최근 플래시 메모리의 용량 증대 경쟁은 미세화가 아닌, 여러 층의 기판을 아파트처럼 쌓아올리는 3D 낸드 플래시 메모리 기술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48층으로 쌓아올린 플래시 메모리를 이미 대량 공급하고 있고, 올해 64층의 플래시 메모리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비해 다른 반도체 업체들은 아직 3D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도시바는 이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가장 앞선 기술을 갖고 있고, 아직 양산화 단계는 아니지만 64층 플래시 메모리에서 삼성전자와 기술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팽창하는 플래시 메모리 시장을 
3차원 적층 기술을 선도하는
삼성전자가 독주하다 보니
글로벌 IT 업계에선 대항마로서 
도시바가 탐날 수밖에 없다

하이닉스,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등 플래시 메모리 생산업체는 삼성전자에 1~2년 가까이 뒤쳐진 고층 플래시 메모리 기술을 도시바 기술을 통해 추격하고 싶을 것이고, 홍하이, 브로드컴 등은 성장 시장으로의 사업 확장 기회와 교차판매를 통한 고객 협상력의 증대를 원할 것이다. 또한 애플, 구글, 아마존 등은 삼성전자의 독점을 막아주는 역할로서 도시바의 존재가 값질 것이다. 이런 구도를 감안해 볼 때 도시바의 인수 경쟁이 가열되어 예상 밖의 높은 가격에서 매각이 가능할 수도 있다.

 

 

매각 과정이 순탄하진 않을 듯

 

그러나 예상 밖의 경쟁 부진이나, 매각 과정의 지연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일단 매각 절차의 지연 가능성은 현재 꽤 높은 편이다. 도시바의 회계 감사가 끝나야 가치 산정 관련 본격적인 매각 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데, 현재 도시바의 2016년 회계 감사는 요원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6월 이전 매각 실행이라는 도시바 측의 계획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일본 내 정치적 이슈도 큰 문제이다. 최근 며칠간 일본 미디어의 반응을 찾아보면, 2차 입찰을 통해 일본 자국 내 자본에 매각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한 것 같다.

 

도시바 플래시 메모리 사업부 매각 관련 일본 내 기사

금액이나 조건 협상에 시간이 걸려 결정은 여름을 넘길 가능성도 나왔다. 또한 정부는 도시바의 반도체 기술을 중국이나 대만에 유출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라 결정은 난항을 겪을 듯하다.
(닛테레News24, 2017.4.1)

감정적으로 일본 산업 보호를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일본이 전자 산업에서 인재를 육성하고 일자리를 확보하는 일은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관점에서 요즘 갑자기 나온 정부 자금에 의한 국내 인수 계획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Diamond, 2017.3.30)

정부는 일본정책투자은행(日本政策投資銀行)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는 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로, '공적 자금에 의한 구제'라 비판하는 것은 맞지 않다. 다만 이 경우에도 산업계의 참여가 불가피하다. 민관이 협력하여 국부 유출을 막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기 바란다.
(산케이, 2017.4.2)

 

도시바와 사업 시너지가 큰 쪽은 하이닉스, 홍하이 같은 아시아와 중국계 자본들이다. 기술 유출과 자국 내 일자리 보호를 이유로 이들을 배제한다면 높은 매수 가격을 받기 위한 유효 경쟁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다. 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상황이 당장 좋은 것은 확실하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도시바는 이 사업에서 대량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더군다나 최근 새로운 형태의 메모리 반도체가 현실화되는 등 플래시 메모리의 장기적 운명이 불안한 상황에서 인수 후 대규모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에 높은 벨류에이션을 부여할 것인지 현재로선 리스크가 크다.*

* 어떤 리스크가 있는가?

컴퓨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크게 CPU, AP 같은 마이크로프로세서(Microprocessor), 디램(DRAM), 플래시 메모리 3가지가 있다. 플래시 메모리에 저장된 정보들을 디램이라는 작업장으로 불러내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필요한 계산을 해내는 것이다.

플래시 메모리에 저장된 정보를 굳이 디램으로 불러와야 하는 이유는 플래시 메모리의 정보 읽기/쓰기 속도가 디램에 비해 매우 느리기 때문이다. 반면 디램은 속도는 빠르지만 플래시 메모리처럼 대용량의 정보를 저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플래시 메모리와 디램의 장단점은 전체 시스템의 성능 개선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병목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를 해결하기 위한 SCM(Storage Class Memory) 기술이 가시화되고 있다. 인텔-마이크론 연합의 Xpoint처럼 디램의 속도와 플래시 메모리의 대용량 저장 능력을 동시에 갖춘 새로운 형태의 메모리이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Gen-Z 컨소시엄에서도 Xpoint의 성능에 육박하는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하고 있다.

차세대 SCM의 본격적인 시장 진입이 시작되면 단순히 대용량에만 특화된 현재의 3D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수익성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또한 도시바의 기술력은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것으로 보이나, 메인 팹(Fab, 반도체 제조 공장)이 있는 욧카이치 공장에는 낙후된 설비가 대부분이라 도시바의 기술이 양산에 성공한다 해도 대규모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악의 상황은, 도시바 내부 문제와 정치적인 이슈 등으로 인해 매각이 지난한 과정 속에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이다. 적정 시점에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본잠식된 도시바 모회사의 공중분해가 시작되면서 매각 추진 동력은 약해질 것이고, 도시바 반도체 사업 부문은 투자 타이밍을 놓치면서 연말 48층 이상 고다층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선행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은 어부리지로 더욱 강화될 것이다.

 

'사우디엔 유전이 있고 한국엔 반도체 공장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만큼 반도체 산업은 한국에 중요하고, 그래서 도시바 반도체 사업 부문의 매각 진행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이슈다. 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할 수 있다면 국가적으로 좋은 일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고평가된 매각 금액을 지불할 경우 그 영향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 도시바가 지금처럼 된 게 2005년 장미빛 일색이었던 원전 사업을 비싸게 인수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흥미롭게 지켜볼 이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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