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인터뷰 날짜/장소 : 2016년 8월 24일/KAIST 연구실

KAIST 프로젝트의 인터뷰이 여성들은 나이와 신분, 분야를 막론하고 대체로 리더십이 강한 편이었다. 자신이 속한 곳에서 소수자 여성들을 모았고, 어떤 제도나 조직을 만들었다.

 

그런데 박솔 학생에게선 무언가를 만들고 바꾸거나 누군가를 이끌고 영향력을 끼치려는 종류의, 우리가 흔히 리더십이라 부를 만한 성향이 많이 드러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조용조용 소수의 단짝들과 놀았고, 무언가 잘못된 점이 있다면 당장 눈앞에서 말하고 바꾸기보다 가슴에 새기는 타입인 것 같았다.

 

그는 조근조근한 말투로 말했고, 눈이 무지개처럼 되도록 웃었다. 몇 번을 보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작 인터뷰는 글로 받았다. 본인처럼, 글도 착했다. 

 

박솔 학생은 기자를 지망한다고 했다. 현재는 비영리 공익 법인인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사이언스타임즈에서 객원기자로 일을 한다. 뇌공학 석사를 마쳤으니, 자리가 열리는 곳에는 한 번씩 응모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내가 경험해 온 기자들은 마냥 착하지 않았다. 아무리 순한 사람이어도 마음 속에 어떤 결기 같은 게 있어서, 그걸 풀어낼 때는 포효하는 짐승처럼 변했다. 그래야 기사 한 줄이 사람들 마음에 가서 꽂히고,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거라고 나는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친구에게는 그런 결기가, 어떤 응어리 같은 게 아직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평온했다. 어쩌면 그가 생각하는 기자는, 사회의 잘못에 화내는 사람이 아니라, 조용하고 작은 이야기들을 전하는 사람일지도 몰랐다. 그건 굳이 기자라는 이름이 아니라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정도로 부를 만한 새로운 종류의 직업에 더 가까울 터였다. 우리 사회엔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자체도 많지 않지만, 그 분야의 여성은 거의 없었다. 

글쓰는 여자라는 공통점 덕분에 우리는 처음부터 죽이 맞았다. 서울 KIST(Kore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에서 연구하던 무렵의 모습이다. ⓒ박솔

자유방임형 부모님 밑에서

인터뷰 질문

1. 먼저 부모님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1-1. 아버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따님에게 기대가 많으셨는지, 아드님만 편애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버님 당신의 인생은 어떠셨나요? 성취가 큰 유명인사인지, 평범한 가장이셨는지, 좌절을 겪으셨는지, 그런 모습이 따님/아드님께는 어떤 느낌을 주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1-2. 어머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자녀들에 대해선 어떤 태도를 취하셨는지요. 워킹맘이었는지, 주부였는지, 살림의 여왕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성공한 '여류'였는지, 가부장적 질서에 순응하셨는지, 페미니스트셨는지, 어머님께 어떤 영향을 받으셨는지 나누어 주실 수 있으신지요?

2. 형제 자매들에 대해 여쭙습니다.
형제 자매는 가장 친한 친구이면서 경쟁자이기도 하니까요. 어떤 관계였나요? 공부로 경쟁했나요? 부모님 사랑을 두고 다퉜나요? 어떤 특질들을 나눠 받고, 무슨 장난을 쳤나요? 바비? 키티? 레고? 로봇?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셨습니까?

3. 주위 환경에 대해 여쭙습니다.
사는 지역이나 환경에 특징이 있었나요? 대치동 한복판의 경쟁적인 환경이었는지, 해외 체험을 했는지, 달동네나 시골 깡촌이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그런 특성이 본인의 지금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